설암 수술 후 일주일 7/08/2025
지난 화요일 7/1/2025 8:30am 수술실.
아침 6:30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8시 30분쯤, 나는 의사가 일러준대로 남편에게 굿바이 인사를 하고,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이동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그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어지러워서 이내 눈을 감았다. 수술실에 도착하니 여러명의 사람들이 수술 가운을 입고 있었다. 굿모닝! 처음 얼굴을 비춘 덩치큰 남자 간호사가 인사를 하며 자기 소개를 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도 굿모닝(이게 참 아이러니하다) 하고 대답했다. 서너명의 간호사와 마취과 의사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것 같다. 나에게 질문한다. 이름과 생년월일이 뭐냐, 무슨 수술하러 왔냐. 수술할 의사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브라운색 가운을 입고 한쪽에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싸인을 주니 환자명, 날짜를 보고하고 수술 시작한다고 보고한다.
마스크를 들이대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라고 한다. 마스크를 꽉 누르면서 '한번 더, 한번...'
내 기억에는 없는 세시간, 아니 네 다섯 시간이다. 어렴풋이 간호사 뒤에 시계를 본 것이 12시가 넘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남편이 괜찮냐고 물어본 것이 1시였던 것 같기도 하고... 뚜렷하지는 않지만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한시간이 지났더라. 마취에서 빨리 깨라고 의자에 앉혀두었다는데 잠이 쏟아졌다. 너무 잠이 안깨서 일어나고 싶지만 일어날 수가 없었다.
내가 의식이 좀 돌아온 것 같자 남편이 계속 뭐라고 말을 시켰고 중간에 약 가질러 갔다온다고 했고 집에 가자고 내가 말했던 것 같다. 휠체어를 누군가 밀어줬고 지하주차장에 갔는데 층을 잘못 찾아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탔던 기억, 그리고 속이 울렁거렸던 것, 그리고 마침내 아침에 타고왔던 우리 차에 앉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중간중간 눈을 떴으나 어디가 어딘지는 모르겠고 분명한 것은 남편이 운전하고 있었고 우리는 집으로 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집. 생각만해도 마음이 편해졌다. 집에가서 쉬자. 몇시간을 의식도 없이 잔것 같은데 쉰 것은 아니었나보다. 계속 머릿속으로 집에 가서 쉬자는 생각이 맴돌았다. 그렇게 집에 도착했고 기억없이 침대에 누웠고 잠이 들었다. 물을 먹고 토했고 그저 잠만 자고 싶었다. 남편은 뭐라도 먹이려고 애를 쓰다가 하도 토하니까 포기했다.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7월 2일, 수술 다음날(둘째날)에는 일어나면 어지러웠기에 남편을 붙잡고 천천히 이동했다. 거실에 잠깐, 식탁에 잠깐, 그리고 화장실... 먹으면 울렁거려서 물처럼 마셨던 미음도 다 게워냈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고 먹을수가 없었다. 침을 삼키는 것도 물을 삼키는 것도 아팠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아프다. 오히려 둘째날은 마취 기운이 있었는지, 그때 4시간 간격으로 먹는 진통제의 효과도 있었겠다. 비몽사몽간에 뭔가 마시려고 했다. 오후쯤 깨닫게 된 것이 물이든 미음이든 먹고 누우면 덜 울렁거린다는 것. 그래서 마시고 누어있었다. 점점 가라앉아서 잠도 잤다. 그렇게 먹고 눕고를 반복하며 둘째날, 셋째날을 보냈다.
셋째날(7/3)은 그래도 좀 요령도 생겼고 어지러움도 많이 가라앉았다. 문득 몸무게를 재보니 117 파운드. 53킬로그램. 이틀만에 자동 다이어트가 되었다. 수술 전날 마지막 식사로 비빔밥을 먹었던 것은 정말 잘했다. 호텔 근처에 있는 한국 식당이었는데, 며칠 못먹어도 아쉽지 않은 메뉴였다. 다음에 다시 가야겠다. 사실 셋째날도 기닥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먹고 눕고 반복했고 토하지는 않았다.
밤에 아들 전화에 반가워서 떠들다가(말은 아니고 그냥 소리) 혀가 좀더 아파졋던 것 같고 그래서 더 조심하기로 했다. 피가 좀 난다. 혀의 붓기가 살짝 가라앉아서 입을 벌릴 수 있고 목구멍 쪽이 살짝 보였다.
넷째날(7/4), 미국 독립기념일이었다. 남편은 열심히 미음을 만드느라 바빴던 것 같다. 딸은 늦게 일어나 오후 3-9시까지 수영장에서 아르바이트했다. 라이프 가드. 공휴일이었지만 나에게는 그저 수술 후 네번째 날이었다. 오늘은 좀더 나아지는지 볼 정신이 있었고 뭐를 먹을 수 있을까 챙겨주는 남편에게 살짝 짜증도 냈다. 기운이 생겼나보다. 그리고 또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메디슨, 위스칸신에서 직장에 다니는 아들은 친구들과 놀러갔다. 나는 좋은 쪽으로 생각했다. 믿음이 있어서 엄마는 하나님께 그리고 아빠에게 맡기고 휴가를 떠난 걸로. 남편은 아들이 아직 철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생각해보면 온 가족이 다같이 둘러 앉아 있다고 해서 내가 덜 아픈 것도 아니고, 오히려 말하고 싶어서 힘들었을 것도 같다.
한국 가족들도 걱정되어 카톡으로 연락이 온다. 안보면 잠깐씩 잊혀지기도 하지만 걱정은 더 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괜찮다고 날마다 나아지고 있다고 안부를 전한다. 그리고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들을 보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병원가기 전부터 수술 후의 사진들을 모아서 펫북과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엄마는 뭐 먹냐고, 잘 먹어야한다고... 먹이고 싶은 한국 엄마들의 마음이야 나도 같으니까 알 것 같다.
7/5 남편은 날마다 뭘로 미음을 만들까 연구. 내가 생각이란 걸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몇가지 아이디어를 줬다. 감자, 당근 등을 삶아서 갈아보라고. 토요일인데 예배 준비는 안해도 되니 감사하지만 더 바쁘다. 아, 예배 준비가 하고 싶다. 라고 투정아닌 투정을 부려본다. 모든지 말로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로 글자로 써야하니 귀찮다. 그래도 답답하니 자꾸만 아이패드를 찾게 된다. 아이패드에 손글씨로 쓰니까 딸은 못읽는다. 한글 손글씨는 읽기가 어렵다는 걸, 아니 남편도 내가 갈겨쓰면 못읽기는 한다. 할말은 많고 답은 빨리해야하고 글씨가 갈겨진다. 그래도 며칠되니 좀 나아졌다. 내 글씨는 그대로인데 남편의 눈이 좋아졌다.ㅎㅎ 딸에게 한글 읽는 연습도 되는 것 같다.
교인들이 카드를 보내오고 전에 섬기던 교회에서 꽃도 보내오고... 새 교회는 아직 정식 방문을 못해서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담임 목사님과 스탭들은 기도하고 있다. 몇몇 교인들도 기도하고 있다고 펫북에서 연락해온다. 남편의 교회에서 교인들이 가장 많이 기도하고 카드보내고 위로한다.
Kathy는 손수 만든 기도숄을 가지고 찾아왔다. 내가 서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괜찮냐고? 혀 수술이라 사지는 멀쩡하다. 다만 먹지를 못하니 기운이 없어서 많이 걸을 수는 없다. 이틀째 남편과 집앞을 걸었다. 조금씩 더 걷게 되겠지.
주일 7/6, 온라인으로 세번의 예배를 드렸다. 예배는 나를 위한 것이었음을 절감했다. 하나님이야 뭐 내가 예배 드리든 말든 아무 영향이 없으신 분이다. 나를 살리기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예배 드려야한다. 워터루 교회에서 설교하신 폴 목사님이 특별히 나를 위해 기도해주셨고 성만찬의 의미를 새롭게 전해주셨다. 감사.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한다. 딸이 대표로 대면예배에 참석했고 우리는 온라인 서비스로.
한국처럼 자주 볼수도 없고 수술 후 입원도 하지 않았다.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 점은 좋은데, 일찍 퇴원을 해서 나는 내가 괜찮은 줄 알고 처음 며칠 방심했다. 그런데 체력이... 입원하고 있으면 링거로 영양제라도 받으니 좀 빨리 회복 되려나 싶다. 미국은 의료보험 때문에 퇴원을 빨리 시킨다고 한다. 몰랐다. 보험회사와 병원이 또 다툼이 생기니 특별한 위험이 없으면 일단 퇴원을 시킨다네. 그걸 알고 나니 스스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마음으로 쉬기로 했다. 틈틈이 누워있기도 하고... 좀 늦었나?
7/7, 날짜가 참 좋은 숫자다. 혀에서 피가 조금더 나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병원에 메시지를 보내놓고 아스피린을 다시 끊었다. 그냥 내가 알아서 결정했다. 일단 피가 멈춰야할 것 같아서. 조금 더 걸었고 조금더 먹었다. 아직 화장실은 못가고 있다. 먹은 것이 없어서 그렇다는 남편의 말에 동의. 물로 계속 마시고 있으니 소변은 자주 보지만 대변은 일주일째 없음. 며칠 전, 인스타 그램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보고 유튜브에 올렸다. 가족들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딸과 둘이 부르다가 빵 터졌다. 얼마만에 실컷 웃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웃다보면 또 웃게 되겠지. 날마다 입가에 미소를 품어본다. 난 괜찮아. 스스로에게 위로하고 격려하며. 하나님, 오늘도 웃게해주세요.
7/8 드디어 일주일이 되었다. 의사는 7/21에 보기로 되어있다. 어제 아침에는 입을 더 벌릴수 있어서 보니 수술 부위에 피가 흥건하게 있었다. 아마 밤새 뭉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좀 조심했는데 심해지지는 않았으니. 이것도 회복 과정인가보다. 오늘은 더 나아지겠지. 조용히 책도 보고 기도도 하고 찬양도 한다. 그동안 시끄럽게 했으니 당분간은 조용히 해야하는 것 같다. 지난 일주일 감사합니다. 수고한 남편도 고맙고.
이번주말에 ACT 보는 딸은 공부를 더 해야할 것 같은데... 집중이 안되는 것 같다. 엄마가 이러고 있으니 그럴까? 아니라고 남편은 그러지만 왜 아니겠는가. 17세에 엄마가 암 수술을 받았다면, 나라면 어땠을까? 우리는 때로 아이들을 우리 기준에서만 보는 것 같다. 미안하고 고마운 딸.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너에게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것은 또 다른가보다. 다만, 나는 오늘도 하나님, 빨리 지나가게 해주세요. 우리 모두 하나님의 능력을 보게 해주세요. 세상의 욕심이 아닌 하나님을 위해 사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세요. 그렇게 살게해주세요. 기도하고 기도한다.
딸아, 너를 향한 엄마의 사랑은 실수도 있고 실패도 있고 때로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너를 힘들게도 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생각과 계획을 뛰어넘는 놀랍고 완벽한 사랑이란다. 믿어봐. 그리고 달려보자. 날마다 너를 응원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길 기도한다. 그 사랑은 너와 내가 감당할 수 있다는 기대란다. 우리 잘해보자.
그러나 하나님께는 때때로 항의하기도 한다. 이제 그만하실거죠? 저는 이정도입니다. 하나님,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 딸에게 하나님의 꿈을 주시고 하나님의 소망을 주시고 담대한 믿음도 주세요. 저에게도 같은 은혜를, 우리 모두에게 놀라운 일을 보여주세요. 오늘이 기적임을 고백합니다. 아멘!
의도적으로 다른 이들을 위해서 기도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만 내 아픔만 들여다보게 된다. 이제는 그래도 되는, 그래야하는 시간이다. 텍사스에 홍수가 났고... 이런 저런 세상의 뉴스에도 기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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