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암(혀암) 수술 후 두 주 차

 설암, 여전히 암이라는 단어는 불편하다.

암 암 암!

이 단어는 참 힘이 있다. 부정적인 힘이 대세이다. 생각하기도 싫고 말하기는 더욱 싫은 단어이다. 특히 암환우들은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의 기분을 기억할 것이다. 꿈인가 싶기도 하고 믿지 못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대부분은 멘붕.

아빠가 암 판정을 받을 때 그랬다. 여전히 아빠는 그 단어를 싫어하신다.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도 반대하셨다. 결국은 다 알게되는 상황이 되어서야 이야기하게 되었다. 한국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문제라는 것을 안다. 나쁜 일이 생기면 하나님께 벌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사실이다. 

내가 처음 혈액암 판정을 받았을 때 나는 분명히 보았다. 많은 사람들의 그 시선과 말들. 아니 어쩌다가... 하나님 잘 믿지 않았어? 등등. 참 맥빠지는 이야기들이다. 죄와 벌! 인과관계가 분명하다. 그것이 한국 교회에서 내가 받았던 신앙교육이기도 했다. 구약의 이야기들을 모두 거기에 붙여서... 예수님의 가르침은 어디에 던져버렸는가. 이 사람의 죄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다! 라는.

인과응보. 한국 신화에서 동화에서 옛날 이야기에서 주된 결론이다. 착하게 살면 복받고 악하게 살면 벌받는다. 모두 그런 결과를 기대한다. 드라마도 그렇다. 그러나 인생이 꼭 인과응보대로 결론나지 않는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은 한국적인 문화 그리고 기독교의 가르침.

나에게 그것을 극복하게 해준 분은 바로 하나님이다. 성경을 읽고 또 읽으며 그동안 내가 알던 하나님이 아닌, 내가 배웠던 하나님이 아닌 진짜 하나님을 만난다. 이미 알고 있던 하나님이었으나 내가 놓치고 있던 하나님이다. 아픈자의 하나님, 연약한 자의 하나님, 죄인의 하나님, 그렇게도 우리가 외치는 사랑과 정의의 하나님과 같은 분이다.


성경을 읽었다. 죽자살자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가만히 앉아있는것도 위험할 때, 나는 머리가 아플때까지 성경을 읽었다. 혼자 읽다 지치지 않으려고 유튜브에 라이브를 켜고 읽었다.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은 누구일까? 무엇 때문에 그 영상을 보고 있었을까.

지금은 5천명이 넘는 구독자들, 아니 6천명이 넘는 것 같다. #날마다기적이영광 이라는 채널의 구독자들이 있다. 매일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백여명 되는 것 같다. 가끔 관심있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오면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내 목표는 성경읽기, 성경읽히기 이다. 나의 간증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더 많이 본다. 가끔은 드라이브 묵상 등으로 묵상과 일상의 간증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을 읽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진짜 하나님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렇게 지내온지 어느새 5년이 가까와진다. 그 사이에 혈액암은 이렇게 저렇게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담당 의사가 은퇴를 해서 새로운 의사를 찾아야하는 상황. 하지만 설암 진단을 받고 수술하고 하느라 올해의 반이 지났다. 수술 후 두주가 되었다. 다음번에 의사를 만나면 혈액암 의사를 리퍼해달라고 할 참이다.

두주 정도 지나니 조금 더 살만?하다. 아직 몸무게는 116파운드를 유지하고 있지만 먹는 것도 유동식(이 단어가 생각이 안났다)에서 조금씩 걸죽해지고 있다. 혀가 하는 일이 말만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았지만 이번에 더 잘 알아가고 있다. 입술에 묻은 음식물도 제거해야하고 혀 자체를 청소하는 것도 혀다. 치아를 닦아주기도 해야하고 침을 삼키고 가글할 때도 혀가 없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혀를 사용하지 못하는 두주동안 입안이 어찌나 텁텁하고 불편하던지... 음식물도 깔끔하게 삼켜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퉁퉁부어서 목구멍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 많이 가라앉아서 제법 혀모양이 되어간다. 왼쪽에 제거된 부분은 아직 잘 들여다 볼 수는 없다. 처음에 보려다가 상처가 벌어져서 피가났었다. 으... 그래서 지금은 전혀 보지 않고 열심히 구강 세척제 약품만 사용하고 있다. 그것이 2주간 사용해야하는 약이라 내일이면 끝이다. 두통을 처방받았는데 한통만 사용했다. 아까워... 그래도 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임을 물론 알고 있다.

어제는 내 맘을 알았는지 유튜브에서 크루즈 상품을 보여준다. 여행. 혀 수술만 아니었으면 지난주에 계획되었던 콜로라도 여행을 갔어야 했다. 단체로 가는 것이기는 했지만 좋은 강사를 모시고 하는 컨퍼런스였다. 아쉽지만 끝! 그러던 차에 크루즈 여행을 보니 문득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장 하기 싫은 여행이 크루즈였는데. 일단 바다가 무섭고 배는 더 싫고. 그런데 이제는 그냥 가보고 싶다.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내 딴에는 무모한 마음이다. 남편은 옆에서 진짜? 라며 좋아한다. 남편은 늘 해보고 싶다던 여행이었으니까. 뭐,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아마 내년에 딸이 대학을 가면서 독립을 하면 본격적으로 생각해보자.

수술 후 두주정도 되니 혀의 4분의 1 보다 적은 부위가 없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아직 보기는 싫지만... 움직임이 조금 어색한 것도 느껴진다. 의사 말로는 뇌에서 없는 부분을 인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래도 처음 한국에서 MRI 상으로 나온 것보다 적게 제거했고, 의사가 눈으로 보고 진단했던 것보다도 적게 절개했다. 감사 감사!

어제부터는 조금씩 말?도 한다. 말같은 소리라고 해야하나? 그래도 아직은 아프니까 혀를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소리를 내본다. 아직은 안하는게 나을 것 같다. 피곤하다. 아프다. 침묵기도 한다고 했는데 허밍을 많이해서 침묵은 아니었던 것같다. 여튼 이제는 내 의견을 조금씩 말로 표현가능하다.

감사!

혀, 우리 몸의 작은 부분인데 온 몸이  괴로웠다. 지금도 외출이 쉽지 않고 피곤하다. 무엇보다 누굴 만나도 대화를 할 수 없으므로 남편이나 딸이 동행해야 안심이 된다. 그래서 교회에 출근은 아직 엄두를 못내고 있다. 이렇게 쉴 수 있어서 감사. 지난 3년동안 쉼없이 달렸으니 이제 한숨 고를만도 하다. 내 수준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하나님이 이렇게 쉴 기회를 주신다. 그렇게 믿는다.^^ 다시 달리기전 숨고르기 같다. 

온 세계가 아프다. 미국도 한국도 구석구석 아픈 일들이 있다. 그것이 단지 한 나라,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서로서로 돕지 않으면 결국은 모두가 망하는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번 혀 수술을 통해서 절실하게 깨닫는다. 

나의 아픔이 너무 커서 한동안 내 기도만 했다. 그런데 내 속에서 말한다. 이제 그만하고 주위를 둘러봐라. 특히 유튜브 구독자들이 남겨주는 댓글을 보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게 된다.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한다는 많은 분들의 카드와 문자를 보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가족, 친구들은 물론이고 얼굴조차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 그 기도를 듣는 분의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나라와 나라를 위해서 기도한다. 하나님의 뜻이, 그분의 사랑이 이뤄지고 응답되고 있음에도 아직 모르는 이들의 눈을 열어주시길 기도한다. 불평이 아닌 감사로 바뀌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그러나 인간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의 주권자이신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함을 기억해라. 그래야 소망이 있다. 그래야 절망에 빠지지 않는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했나? 몸이 아픈만큼 괴롭지만 그래서 나의 영은 주님을 찬양한다. 주님만 바라본다. 주님만 의지하고 소망한다. 그 소망으로 나의 몸도 일어난다. 그리고 그 사랑을 믿고 그 사랑을 전할 힘을 얻는다. 아, 기대된다. 다음 나의 소명을 어떻게 감당하게 될지, 그리고 어떻게 나를 사용하실지. 잘 준비해보자. 아픈 만큼 그 분에게 가까이 가까이 나아간다. 겸손은 마음 가짐이 아니라 삶이다. 고백이다. 나의 주제 파악이 일어날 때 가능하다.

두 주 되니까 이제 더 많이 주변을 살피게 된다. 마음이 조금더 여유로워진다. 사랑하자. 

여전히 더이상의 암은 없기를 기도하고 기대한다.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싫고 두렵다. 초월은 안된다.

그나저나 조직검사 결과는 아직도 소식이 없다. 괜찮을거야. 괜찮겠지. 하나님, 괜찮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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