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대신 글로 남기는 묵상 | 혀 수술 후 남기는 일기 #날마다기적이영광
1. 하고 싶은 말은 많아지고 할 수 있는 말은 없는 시간을 보내며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말할 수 없는 시간은 듣는 시간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내 생각에 몰두하게 되는 것 같다. 수많은 것들이 다시 보이고 새롭게 보인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혀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전혀 낯선 것 같은 것들이 너무나 익숙하게 보이기도 한다. 가족이 그렇고 친구가 그렇고 교회가, 이웃이, 나의 일상의 모든 것이 그렇다.
2. 좋아하는 책 읽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쉼이 생긴 것이 좋은 점이다. 집안일을 당분간 하지 않으니 - 못하니 시간이 여유롭다.
3. 유튜브를 하지 않으면 하루가 길다. 듣고 보아야할 것들이 많은 것 같은데, 막상 하지 않으니 안해도 되는 것들이었구나.
4. 한국의 대통령 뉴스가 날마다 쏟아져 나온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건 따로 남겨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5. 생각이 끊이지 않을 때 나만의 방법은 침묵기도이다. 혹은 예수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이건 나름 기도의 꿀팁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습득했던, 시도했던 수많은 기도방법 중에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선물이다.
6. 수술 끝나고 회복중이다. 어제부터 약간씩 피가 나온다. 병원에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중이다. 토요일, 일요일 휴일이니까 응급실로 가라고 할 것 같다. 그정도는 아니니까 월요일까지 좀더 조심해야겠다. 몇 번의 조직검사 경험으로 수술 후 상태를 대충 예상은 했는데 그것보다는 더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저께 아들 전화를 반갑게 받았다. 듣기만 해야하는데 너무 반갑고 좋아서 뭐라고 떠들려다가 아차 싶었다. 수술 부위가 아팠다. 방심했다. 그리고 다시 조심하기 시작. 그때는 수술 후 이틀째, 마취가 겨우 풀리고 안정될 때였다.
7. 전신마취, 미국에서는 제너럴 마취라고 하는데 처음해봤다. 다시는 할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그것때문에 이것저것 문진을 많이 했다. 어차피 할거였지만... 한국에서는 폐 사진도 찍고 신장검사도 하고 뭐 이런저런 검사들을 한다고 했었는데 여긴 그냥 의사가 물어보며 하는 검사가 끝이다. 그 검사를 통해 보면 나는 참 건강한 사람이더라. 마취과 의사도 그랬다. 넌 건강하구나! 쩝, 암 수술해야 하는 환자에게 그렇게 말해줘서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반응을 못했다.
8. 전신마취 후유증이란 것이 있다고 설명을 들었다. 그런가보다 했는데 정말 그랬다. 처음에는 잠이 안깨서 비몽사몽이었다. 그때는 기억이 부분 부분 있어서 대부분은 잠들어 있었던 것 같다. 수술 시간이 세시간 정도 걸렸고, 잠이 깨는데 한두시간 기다렸다가 집으로 가라고 했다. 결과가 좋으니 그랬겠지만 잠 깨라고 의자에 앉혀놓고 수시로 말을 시키는데 아우 졸린데 깨우는 느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데 일어나라고 하는 그 옛날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여튼 간신히 일어나서 휠체어를 타고 주차장으로 이동했고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에 왔다. 중간에 주차장을 잘못찾아가서 다시 이동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날은 비몽사몽 간에 남편이 챙겨주는 이런저런 약을 먹고 계속 잤다. 수술 당일에는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수술 후 막연한 기억속에서 간호사가 아이스크림 줄까? 치즈케이크 줄까?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그냥 물을 달라고 해서 마셨다.
9. 다음날 아침부터 미음이라도 먹어야한다고 남편이 준비를 했는데 거의 물이었는데도 먹으면 토했다. 일어나면 어지러워서 계속 누워있어야 했다. 물마시고 눕고 약먹고 눕고... 하루종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오후부터는 먹고 누우면 토하지 않게 되어서 미음 조금 먹고 누워있었다.
10. 7/3/2025 아침에 덜 어지러운 것 같아서 일어나 주방으로 나왔다. 몸무게를 재니 117 파운드. 남편이 놀라서 자꾸 미음을 만든다. 뭐라도 먹으라고. 열심히 먹으려고 했지만 혀의 일부가 없는 것은 삼키는 것도 어려움이 크다. 일단은 미음 종류를 먹고 또 먹고.
11. 7/4/2025 몸무게가 119 파운드가 되었다. 미국 국경일인 독립기념일이더라. 밖은 요란하고 시끄러웠지만 우리 집은 고요했다. 딸은 오후에 아르바이트를 다녀왔고 남편과 나는 그냥 회복중인 환자와 보호자였다. 세상이 신나고 즐거운 날, 혼자서 외롭게 보내고 있을 사람들이 생각났다. 일단은 기도만 한다. 그들을 생각나게 하신 것, 깨닫게 하신 것, 앞으로 내가 기억하고 해야할 일이 아닌가 싶다.
12. 7/5/2025 주일이다. 어제부터 입안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혀의 붓기가 가라앉았다. 수술 후의 흔적들이 보인다. 혀 뿐만 아니라 입안 곳곳에 상처들이 보인다. 잘 아물고 회복되기를. 붙어야할 부분들은 붙고 피도 멈추고 온전하게 깨끗하게 치유해주실 주님께 기도한다.
주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소서.
기도할 수 있다는 것, 말로 하지 않아도 듣고 계시는 분, 나를 사랑하는 분이 계심을 믿는 것이 은혜가 아니고 무엇일까. 그래서 오늘도 감사하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8:30 새 교회 온라인 예배, 9:30 남편교회 온라인 예배, 10:30 새 교회 2부 예배에 온라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하나님 모든 예배 가운데 영광 받으시고 주님의 치유와 구원의 은혜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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