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조직검사 결과
병원 수술과 검사 결과를 바로 메시지로 받는다. 병원 사이트에 들어가면 진료, 수술과 검사 결과 등을 바로 볼 수 있다. 의사를 만나기 전에 결과를 먼저 알게 된다. 지난번에 MRI 검사 결과도 바로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미국 병원에서 조금 빨라진 부분 중에 하나이다.
혀암 제거 수술을 하면서 주변 부위 조직 검사도 함께 실시했다. 한국에서 조직검사를 했고 MRI 를 찍고 암 진단을 받았다. 그 결과를 가지고 미국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대학병원으로 진료 의뢰를 했다. 내가 다니는 병원은 아이오와 대학 병원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병원 가운데 다섯손가락, 어떤 분야는 최고라고 인정받는 병원 중 하나이다.
의사는 한국 검사 결과로는 혀의 반정도를 절개해야할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위험하게 하기보다 소극적 수술 후 다시 조직 검사를 해서 보는 것을 제안했다. 나도 그것이 좋을 것 같았다. 혀를 많이 절개하면 이식 수술까지 해야하는 큰 수술이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그 정도로 예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흘 입원이라고 했을 뿐.
여튼 이곳에서 수술을 했고 제거한 부위 주변의 혀 조직을 병리검사에 넘겼다. 거기까지 전이 되지 않았으면 수술한 것으로 끝난다고 했다.
오늘 검사결과가 왔다. 떨리는 마음, 그러나 기도하며 최대한 담담한 마음으로 병원 사이트에 접속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단어들이 잔뜩 적혀있다. 결국은 어떤 부분은 괜찮다는 것도 같고... 혀의 여러면을 검사했다는 내용이었다.
의사가 수술로 제거한 부위는 편평세포암(한국에서 진단받은 병명)이 확인되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감사한 것은 - 최대한 감사한 점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 - 침윤암은 아닌 것이다. 용어를 풀자면 편평세포암, 즉 혀의 표면에 암이 발생했지만 그것이 깊숙이 침투해서 전이되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다만 체취된 모든 부분에서 암이 발견되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의사가 조금씩 넓게 조직을 제거했다고 했는데 그 모든 부분에서 암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가?
의사는 조지거 검사에서 퍼져있지 않으면 수술 한번으로 끝이라고 했다. 만약 퍼져있는 것이 발견되어 전이의 위험이 보이면 인파선 제거 수술을 추가로 진행할 것이라 했다. 그런데 현재 병리검사 결과는 침윤암은 아니라고 했지만 제거된 모든 부분(두군데는 1미리미터 정도 여유있음)에서 암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그럼 재수술로 조금더 제거해야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인파선 제거를 할 것인가?
수술 후 의사는 남편에게 암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래서 남편은 안심했고 나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하며 안심시켜주었다. 기도의 응답이라고 우리는 한시름 놓고 기뻐했다. 그런데 오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아마 의사가 말한 암이 아니라는 것은 암덩이가 없었다는 말이었던 것 같다. 남편이 분명 cancer 라는 단어를 들었으니. 편평세포암은 cancer (암)이라는 단어가 없다. 그러나 암이다. 영어 표현이 다를 뿐.
아침에 결과를 받고 마음이 흔들렸다. 몸에 기운도 빠졌다. 혼자서 기도하며 감사한 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애썼다. 침윤암이 아닌 것이 감사하다. 감사하다. 감사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재수술을 할 경우 이제 목회는 그만두어야 하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얼마나 쉬게 될지, 수술은 바로 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몇 달을 기다려야 할지...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면 결국 나는 주저 앉을 것만 같았다. 생각을 멈추려고 애쓰며 계속해서 주님! 주님! 불렀다. 혼자는 버티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감사한 것을 묵상하려고 해도 자꾸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새로 파송받아서 아직 정식으로 인사도 하지 못한 교회는 어떻게 해야하나. 수술을 바로 다시하게 되면 또 한달을 쉬어야하나? 수술이 더 커지니 더 오래 쉬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 목회를 그만두어야 하나. 하나님, 그럴거면 왜?? 나의 어리석음은 끝이 나지 않는 질문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남편에게 얼른 문자를 보냈다. '검사결과 나왔음. 일단 전이는 아닌 것 같은데 주변부위가 모두 편평세포암이라고 함. 기도 많이 해주세요. 지금 기도가 필요함' 이라고 보내고 다시 기도하기 시작했다.
방학이라 집에 있는 딸이 방에서 나를 부른다. 엄마 이리와봐.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다가 딸에게 갔다. 그래, 내가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겠어? 딸이랑 시간을 보내자. 라고 마음 먹고 이를 악물고 딸의 방에 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딸은 자기 침대에 누워보라며 이불을 덮어준다. 잠시 딸과 끌어안고 누웠다. 하나님, 아시죠. 이렇게 어린 아이가 저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게 해주세요. 눈물이 흐르는 것을 감추고 딸을 꼭 끌어안았다. 옆에서 쫑알쫑알 거리던 딸이 깜빡 잠이 드는 것 같았다.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점심 시간이 아직 좀 남았는데 일찍 퇴근을 했다. 남편과 셋이 끌어 안았다. 그리고 남편이 기도한다. 주여...
딸은 괜찮지? 괜찮을거야. 라며 위로한다. 그래, 괜찮지. 일단 깊숙이 침입하지는 않았다니까 다시 수술을 하던지 아니면 의사가 결정하겠지. 괜찮아.
우리는 이른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딸은 미팅과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고 했고, 남편과 나는 장을 보러 나갔다. 장을 보려고 일부러 찾아간 마트는 닫혀있었다. 오후 4시 이후에 오라고 노트가 붙어있었다. 오늘 참 왜 이럴까? 남편과 나는 집 근처 마트로 가자고 차를 돌렸다.
집에 오는 길에 아들에게 문자가 왔다. 어제 캐나다로 출장간다고 했는데, 스톰(폭풍) 때문에 딜레이가 되어서 어젯밤에는 뉴저지 공항근처 호텔에서 묵고 오늘 아침 다시 공항으로 간다고 했다. 그런데 어젯밤에 체크인했던 가방을 아침에 찾으라고 했다는데, 오늘 공항에 갔더니 잃어버렸다고 한단다. 그래서 공항 헬프 센터에서 클레임하려고 대기중이란다. 어젯밤에도 옷도 못갈아입고 호텔에서 묵었는데 결국 가방 분실되었다니 출장은 가야하고. 얼마나 힘들까 싶어 위로의 문자를 보냈다. 내 조직검사 결과는 얘기도 못꺼냈다.
아들에게 문자하면서 하나님 이건 또 뭡니까? 하는 불만이 터지려고 한다. 그때 기도하자라는 마음이 급하게 들었다. 이럴때 내 마음이 무너지면 안될 것 같았다. 아침부터 계속 하나님...하고 있던 내 마음에 성령께서 인도하신 마음이라 생각되었다. 남편에게 이야기하고 같이 기도한다. 남편이 운전하며 주여 가방 찾게 해주세요~ 한다.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하나님, 가방 찾게 해주세요. 마음과 생각을 지켜주시고 지혜를 주세요.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게 해주세요.' 아들이 '제발' 이라고 답장을 보내왔다.
길가에서 옥수수를 팔길래 반더즌(6개) 구매하려고 남편이 차를 세웠다. 그때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헉!' 이라는 한 단어와 한장의 사지이다. 뭔가 하고 보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는 아들의 발과 그 앞에 놓여있는 아들 가방이었다. 찾았나? 시간을 보니 아들이 제발 이라고 답장을 보낸지 3분 만이었다. 이건 기적이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다. 남편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나는 박수를 치며 감사감사!를 외쳤다.
기분 좋게 집 앞에 있는 마트(가격이 좀 비싸서 멀리있는 마트에 가려고 했음)에 들려서 야채랑 이것저것 장도 보고, 자동차 타이어에 바람이 없다고 경고가 떠서 주유소에서 체크도 했다. 되는 일이 없는 것 같던 하루였는데, 아들의 가방 소식은 큰 기쁨이 되었다. 이렇게 빨리 응답하시는 하나님인데. 아들은 출장행 비행기에 탑승했는지 아직 소식이 없다.
집에 돌아와 옥수수를 전자렌지에 돌려서 한알 씹어먹었다. 미국 옥수수의 맛과 향이 달큰하다. 그렇지만 아직 씹기는 어렵다. 결국 믹서기에 갈아서 먹었다. 와~ 맛있다. 내 속으로 기어 들어가던 불안한 생각을 자꾸 밖으로 끄집어 내어 날려보낸다. 몸을 움직이면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 남편도 나도 서로 그렇게 하려고 애쓴다. 남편은 지금 또 야채를 삶고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있다. 고마운 사람.
아들의 잃어버린 가방 찾은 소식에 똑같은 상황이 반전 되었다. 하나님을 찾을 때, 경험하는 짜릿한 기쁨이다. 그런 하나님이 기다리라고 하실 때는 또 다른 뜻이 있음을 기대한다. 그것이 믿음인 것을. 이렇게 또 흔들리는 나의 마음을 주님께 맡긴다. 알아서 하세요. 의사에게 지혜를 주시고 저에게 용기를 주시고 어떻게 하는 것이 주님의 뜻을 이루는 것인지 깨닫게 해주세요.
딸에게 아까 말했던 것이 있다. 마음은 살짝 무너지려고 했지만 딸에게만은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하나님이 엄마에게 뭘 원하시는걸까? 다시 워터루교회로 가야하나? 아님 또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 딸이 '나 혼자 예배드리는 시간이 끝나는거야?' 라며 웃는다. 그래 웃자. 운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더라. 웃으면 오히려 좋은 호르몬이 나올거야. 딸이 엄마도 웃어봐~ 라며 웃는다. 50이 넘은 나도 마음 지키기가 힘든데 17살 딸은 어떻겠어? 아자아자! 하나님 믿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보자.
미팅 끝나고 아르바이트(수영장 라이프가드) 간다고 했던 딸이 잠시 집에 들렀다. 스타벅스에서 미팅을 했는데 음료수 맛있다고 자기가 먹던 걸 남겨와서 먹어보라고 준다. 그러는 중에 남편은 얼른 옥수수 익혀서 주었다. 딸은 한입 먹고 맛있다고 하더니 바로 일하러 간다. 모두가 그렇게 서로에게 힘이 되고 싶어한다. 특히 나에게. 힘내자. 하나님, 분명히 여기 계시지요?
우리가 얼마나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지 보고 싶으신건가요? 아들의 잃어버린 가방 하나에도 우리 모두가 속상했는데, 하나님을 잃어버린 수많은 영혼들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하게 하신다. 이와중에 그걸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와중인가?
하나님, 오늘도 주님이 나와 함께 하셔서 나는 가장 좋은 것을 가졌다고 고백합니다. 나의 평생에 흔들리지 않게 해주세요. 믿음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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