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등학생이 된 딸의 첫번째 배구 경기 (완패를 당해도 괜찮아)

미국에 이민와서 태어난 딸이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다.
내가 미국에서 산 시간이 그만큼이다.

오늘 딸이 고등학생이 되고 첫번째 배구 경기가 있었다.
6개의 학교가 모여 토너먼트로 진행된 경기였다.
6전 6패
3세트가 한 게임인데 한 세트도 이기지 못하고 전패를 당했다.

패인을 찾자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은 자본주의 미국에서 실력은 경제력과 맞물려 있다는 것을 보게된다.
세 도시가 모여서 게임을 했는데 지역별로 특징도 있지만 부자 동네가 잘하더라는...
코치도 다르고 시설도 다르고 학생들의 개인차도 있다.

배구는 단체 경기이다. 
한사람이 잘한다고 팀의 승리를 가져오기는 어렵다.
골고루 잘해야만 이길 수 있는 팀웍이 중요한 경기이다.

학교가 부유한 동네에 있으면 일단 학교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연습할 수 있는 체육관이 두 개씩 있는 중고등학교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 딸이 다니는 학교의 경우 에어컨도 없는 체육관에 그나마 메인 체육관은 공사가 지연되어 새학기가 시작되었는데 사용할 수 없다.

코치도 결국은 돈이 있어야 실력있는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
학교마다 벌시티와 주니어 벌시티, 학년별 팀이 있는데 코치의 숫자에 따라 훈련의 수준이 달라진다. 코치 혼자서 여러팀을 가르치면 아무래도 제대로 훈련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부유한 지역 학생들은 학교 외에 클럽 활동을 통해 개인 지도를 받는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이 많다보니 학교 팀의 실력이 높아진다. 
오늘 경기를 보니 그런 학교들은 후보 선수도 많고 모두들 실력이 만만치 않다.

우리 딸의 학교는 미국 학교 평가 기준에서 평균 이하에 속하는 학교이다.
시에서 여러가지로 노력을 하지만 이민자들이 많다보니 경제적 지원이 많이 필요한 학군이다.

오늘 배구 경기를 보면서 미국 자본주의까지 생각하게 될 줄이야...
여튼 울 딸의 학교는 말 그대로 완패를 했다.
열심히 친구들을 격려하며 경기를 했던 딸도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괜찮아.
져도 괜찮아. 그래도 여전히 사랑스런 딸이야.
슬라이딩하느라 무릎도 까지고 손목도 아프고...
졌지만 멋졌어!

진짜 패배는 패배하고 낙심하고 짜증내는 것이다.
학교 팀의 수준을 하루아침에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 이 경기를 즐기고 그 가운데 배운 것이 있다면 됐다.
그게 필요하다.

경기는 완패를 했지만 고등학교 생활의 일부분이다.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
딸 아이의 이런 패배의 경험이 또 삶을 이뤄가는 배움이 되기를 바란다.

속상한 딸 때문에 우리 부부는 눈치만 보느라...
딸의 태도 때문에 기분이 상했지만 오늘은 때가 아니라 딸의 속상한 마음만 생각헸다.
그리고 집에 와서 씻고 나니 친구들과 통화하며 웃는 소리가 들린다.

승부욕 강한 나도 딸과 더불어 그것을 내려놓는 훈련을 함께 받고 있다.
딸 덕분에 배구 경기를 볼 수 있고 응원할 수 있는 것이 감사이다.
그저 삶의 순간 순간이 소중하고 감사한 것을
이제야 깨닫고 있으니...
몸의 아픔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다.



p.s.
그나저나 아직도 코로나 후유증으로 냄새와 맛을 잘 모르겠고,
오른쪽 귀는 물 때문에 막혀있고
조직검사했던 혀는 계속 아프고...

혼자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감중에 촉각만 빼고 다 문제가 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라면 
감당해야 할텐데
때때로 마음을 지키지 못해 무너질 때가 있다.

어젯밤에는 혼자 한참을 울었다.
딸에게 화를 낸 내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하다.
나 때문에 힘든 가족들에게 미안한데
그것이 잔소리로 표현되는 경향이 있다.

혀 때문에 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도
귀 때문에 듣는 것이 중요한 것을 깨달으면서도
아직도 영적인 눈과 귀보다
육적인 정욕에 흔들리는 나의 연약함을 주님 앞에 내려놓습니다.

나로 인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하소서.
성령께서 늘 내 마음과 생각과 말과 행실을 붙잡아 주소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사랑하게 하소서.
지혜를 주소서.

주님 제 마음 아시죠.
정말 힘들어요.
그래도 주님 말씀 때문에 다시 일어섭니다.
주님의 뜻을 감당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세요.

완패한 딸이 여전히 내 딸이고
여전히 사랑스러운 귀한 딸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주님의 마음을 만났다.

나는 매일 넘어지고 실수하고 실패한다.
부끄러운 일도 많이 저지른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여전히 나를 사랑하신다.
나는 하나님의 딸이다.
다시 일어서자.
용기를 내자.
울고불고 해도 괜찮다.
포기만 하지 말자.

요즘 읽는 시편을 통해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는 법을 배운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나의 두려움이 때때로 짜증으로 분노로 표출되는 것을 경계할 것!!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고 있으니 담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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