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 폭풍이 지나간 자리

 

엊그제 스톰이 지나갔다.

저녁에 남편과 산책을 나갔다가 날씨가 갑자기 어두워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집을 나설 때 멀쩡했던 이웃집의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있었다.

스톰(폭풍)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부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있는 힘껏 달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집에 도착한 뒤 잠시 후에 거센 비바람이 불었다.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이 불었다.

다행히 토네이도는 없이 지나갔다.


다음날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곳곳에 나무들이 쓰러졌다고 해서 살펴보러 나갔다.

작은 나뭇가지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한아름드리 이상의 큰 나무들이 곳곳에 쓰러져 있었다.

어떤 나무는 집을 덮치기도 했다.

그 가운데 놀라운 장면을 보았는데,

큰 나무가 집 쪽으로 쓰러졌는데 또 다른 나무가 쓰러진 나무를 받치고 있었다.

그래서 집 위로 쓰러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그 장면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쓰러진 나무를 지탱해준 나무가 없었다면 집이 무너질 뻔 했다.


















부러지거나 쓰러진 큰 나무들을 보았다.

잎도 제법 무성했는데 나무 밑둥이 썩어 있었다.

속이 비어있었다.

뿌리째 쓰러진 경우는 뿌리가 짧았다.

크고 멋진 나무처럼 보였지만 폭풍이 지나고 나니 쓰러지거나 부러졌다.


나는 어떤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모태신앙이라고

신학을 공부했다고

기도를 한다고 

말씀을 읽는다고

신앙이 좋은 것 같아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이고 싶었겠지.


그런데 질병 가운데 내 실체가 드러난다.

과연 얼마나 굳건하게 서있었는가.

인생의 폭풍 가운데

하나님을 바라며 잠잠할 수 있었는가.


사람이 고칠 수 없다는 병 때문에

두려움과 고통 가운데 처하기도 한다.

두려움이 지새운 밤을 셀 수 없고,

외로움에 흐느낀 날을 헤아릴 수 없다.

말씀과 기도와 찬양으로 다시 일어선다 해도

또 한순간 무너지기도 하는 연약함을 인정하게 된다.

성령의 도우심을 날마다 구하지 않고는 견딜수 없는

먼지같은 존재이다.


욥기를 다시 읽으며

전에는 욥의 친구의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욥의 입장에서 읽고 있다.

그리고 

그 탄식과 원망과 하소연이 

연약한 자의 기도임을 고백한다.


폭풍을 만났을 때 

튼튼한 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쓰러지거나 부러지지 않는다.


인생의 폭풍 가운데 흔들릴지언정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쓰러지지 않기를.

날마다 붙잡아 주시는 그 능력의 손길을 기억하기를

성령의 도우심을 구하며

오늘도 겸손하게 엎드린다.


연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게 하시고

그럼에도 사랑하시고 구원하신 은혜를 기억하게 하시니 감사.

그리고 은혜를 나누고 전하게 하시니 감사.


주여,

주의 딸이오니 주의 뜻 대로 사용하옵소서.

믿음으로 주의 뜻을 바라보게 하시고

담대함으로 순종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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