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집에서 나무 베는 날 (암환자, 말하기 참 어려운 단어)

미국 집들은 마당에 큰 나무가 있는 집이 많아요.

며칠 전 부터 뒷집에서 나무를 벱니다.


저희 뒷 집의 뒷마당에 큰 소나무가 세 그루, 큰 메이플 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뒷 집에서 소나무 한 그루와 큰 메이플 나무를 베고 있어요.

며칠이 걸리네요.

어제 드디어 큰 나무가 쓰러졌어요.


큰 나무를 베는 방법은 위에서 부터 가지를 하나씩 자르는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큰 기둥을 위에서 부터 몇 번에 나누어서 자르네요.

마지막으로 큰 기둥이 떨어질 때는 땅이 흔들리더군요.


뒷 집에서 나무를 베고 나니 저희 집이 엄청 밝아졌어요.

해질녘에는 주방과 안방에 햇볕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그동안 어두운줄 몰랐는데 나무를 베어내니 빛이 엄청나게 들어와요.


문득 제 삶을 돌아봅니다.

당연한 줄 알고 있던 어두운 영역은 없었나.

죄인줄 모르고 죄 속에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길들여진 것들에서 벗어나야겠어요.


나무가 베어질 때 위에서 부터 조금씩 잘라냅니다.

한번에 베어내면 큰 나무 때문에 주변의 물건이 혹은 집이 부서질 수도 있어요.

폭풍에 쓰러지는 나무들은 집을 부수기도 하거든요.

주변을 다치지 않게, 피해를 입지 않게 가지부터 잘라냅니다.

그리고 밑둥을 베어내고요.


나에게서 가지치기가 필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지금 저는 엄청난 가지치기 중입니다.

주님께서 계속 가지치기를 하시는데

제가 너무 버티고 있는 것들이 많아요.


주님,

아프지만 이것이 주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소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원하시는 것을 볼 수 있는 믿음의 눈을 주소서.

그런데 여전히 힘들어요.

제 마음을 지켜주세요.

주님을 바라보며 빛 가운데 거하게 해주세요.

빛이신 주님,

제 안에 충만하게 채워주세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슬프기도하고 외롭기도 해요.

고칠 수 없다는 의사의 말보다

고쳐주겠다는 주님의 말씀을 더 많이 생각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 때까지 절망이 아닌 희망을 가지고 

주어진 시간들을 잘 감당하게 해주세요.


암병원에 다니고 항암제를 먹으면서도 

암환자라는 말,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세상에 이렇게 말하기 어려운 단어가 있었네요.

말을 배우는 어린아이도 아닌데 말이죠.


"너나 아프지말고 잘 살아~" 라는 말,

그 말이 그렇게 아프네요.

저도 그런 말 많이 했겠죠?

그 말이 참 아픈 말이 되었어요.

이제 그 말이 아프다는 걸 배웠죠.

걱정하는 말인줄 알면서도 그 말을 들을 때 

내가 환자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요.

잊고 살고 싶은데

잊지 말라는 뜻이겠죠?

아침마다 약을 먹으니 잊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환자라는 걸 매순간 인식할 필요는 없잖아요.


겉모습만 보면 모르는 병이니 그것도 감사하려고요.

오늘도 파트타임 일을 했어요.

힘들지만 그 시간이 좋아요.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 앉을 수 없어서 좀 힘들긴 한데 좋아요.

너무 바빠서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이 없어요.

무엇보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제가 병이 있는걸 몰라요.

그래서 좋아요.

뭔가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아요.

저한테 일도 막 시키고, 많이 시키기도 하는데,

그래서 좋아요.


오늘도 또 배우고 있어요.

아픈 사람을 대하는 법을요.

암 환자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합니다.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되었으니까요.

아직도 그들로 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우리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잖아요.


우리를 위해 기도합니다.

주님이 간절히 간절히 필요합니다.

주님, 

이 작은 자를 사용하신다면 기꺼이 감당할 수 있도록 용기도 주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성장하게 하시는 주님,

몸의 연약함으로 영은 강건해지길 원합니다.

성령께서 도우시길 기도합니다.

저는 정말 못하겠어요.

그리고 못한다는 것 인정!


그래서 오늘도 주님이 필요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무슨 말을 해도 들어주시고 사랑한다고 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려주셔서요.

힘들어서 울면서도 주님을 생각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도 또 잘 지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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