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이야기 첫번째 | 혀 조직 검사를 받기까지

혀 조직 검사를 받으러 한국을 가야하는가?



혀가 아픈지는 오래 되었다.

더 나빠지지 않으면 괜찮은거니 그냥 지냈다.

항암제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좀더 아프기 시작한 것이 작년 11월 쯤 이었나.

사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2018년에 서울대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했는데 만성염증이라고 했다.

2019년에는 조직검사 없이 의사가 보고 만성 염증이라고 약처방을 받았다.


그리고 그냥 지냈다.

더 나빠지지 않으니 불편함이 익숙해졌다.

구강 내과에서 스테로이드 가글을 처방 받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에 살다보니 정기 검진을 받기는 어려웠다.

구강내과나 외과가 없다. 

그래서 아플때는 그냥 구강 연고를 바르곤 했었다.


혀에 자꾸 상처가 나고 피가 나곤 했다. 물론 통증도 심해졌다.

7월 쯤 주치의를 봤는데 소염제 가글을 처방 받았고

그때는 진통이 되어 괜찮았다.


작년 말부터 매운 음식을 피했다.

11월 쯤 부터 다시 안좋아진 것 같다.

항암제 도수가 높아진 시기이기도 하다.

1월에 주치의를 보고 다시 마우스 워시(가글제)를 처방 받았고

주치의가 전문의를 보라고 하면서 치과나 피부과 의사를 보라고 했다.

치과 보험이 없어서 피부과 의사에게 의뢰서를 보냈다.

그런데 아무래도 마음이 불편해서 예약된 피부과에 전화를 했더니 자기들은 혀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황당! 주치의도 잘 모르는 듯.


마침 딸이 교정 때문에 치과를 갈 일이 있어서 따라갔다가 치과 의사에게 물어보니

ENT(이비인후과)를 보라고 한다. 고마웠다.

그래서 주치의에게 ENT로 의뢰서를 부탁했고 다시 예약을 했다.

요즘은 병원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의사와 진료분야를 볼 수 있어서 찾아보았다.

지난번 피부과처럼 또 허탕칠까봐 미리 전화를 해봤다.

주치의가 의뢰한 ENT 에서도 혀는 보지 않고 대학병원으로 보낸다고 했다.


남편은 계속 한국을 다녀오는 것이 빠르다고 했지만 코로나 시국에 입출국이 관건이었다.

그래서 되도록 미국내에서 해결을 하고자 했는데...

미국이 속도도 느리고 병원비도 비싸지만 가족들이 있으니...

그러나 시간은 자꾸 흐르고 혀는 계속 아프고...

무엇보다 의사를 못찾고 있으니 답답했다. 

미국 사는 사람은 알겠지만 병원 연락하는 일이 쉽지 않다.

자동 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기면 콜백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의 단톡방에 기도를 부탁했다.

아픈 건 소문을 내라고 했던가?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빨리 의사를 보라고. 무엇보다 바이옵시를 할 수 있는 의사여야 한다고 말이다.

그 친구도 혀 때문에 고생을 했고 여러 의사를 거쳐 결국 조직검사를 했는데

암 초기임을 발견했다. 종양 제거 수술을 했고 이식을 했다는 것이다.

불과 한두달 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내가 혀가 아프다는 말에 깜짝 놀라 전화를 한 것이다.

수술 후 이제 좀 말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친구란 이렇게 고마운 존재다.


이것 저것 밍기적 거리던 내가 그 친구 때문에 서둘러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ENT도 종류가 있다는 걸 알았고 head and neck cancer 전문의를 봐야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일단 예약이 가능한 한시간 거리에 있는 ENT를 예약하고(물론 한 두주는 기다려야한다)

주치의에게는 대학병원 ENT 에 의뢰를 부탁했다.

그동안 한군데씩 연락하고 기다리다가 다른 곳으로 바꾸곤 했는데,

친구가 여러군데 연락해서 가장 빨리 되는 곳으로 가야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주치의 담당 간호사가 실수를 해서 ENT가 아닌 피부과로 예약을 해놓았다는 걸 알게됨.

다시 의사를 바꾸라고 연락하고 또 기약없는 기다림...


이때부터 한국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서울대 병원과 세브란스는 일주일이면 전문의 교수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여러 경우의 수 가운데 한국을 다녀오는 것이 여러면에서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국입국을 위해서는 48시간 이내에 코로나 PCR 테스트 음성 결과가 있어야 한다.

PCR 테스트를 하는 곳이 근처에 있긴 하지만 48시간 이내가 보장되지 않았다.

큰 공항 근처에는 있다고 하지만 어차피 국내선을 타야하니 한국행 티켓을 끊어야 한다.


인터넷 검색, 지인 찬스를 동원해서 운이 좋으면 하루만에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곳을 발견.

PCR 테스트 키트를 받아서 검사하고 드랍하면 하루 이틀안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하루만에 나와야 비행기 탑승이 가능하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비행기 스케줄이었다.

팬데믹 이후로 비행수가 줄어서 시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월요일에 코로나 검사를 하면 빠르면 화요일에 나오는데

국내선을 화요일 새벽에 타야 원스탑으로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코로나 검사결과가 늦어지면 수요일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국내선을 타고 가서 호텔에서 결과를 기다렸다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한다.

그런데 내가 가려는 곳에는 한국행 비행기가 수요일 출발은 없다.

게다가 이 모든 경우의 수는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일단 가장 좋은 경우의 수를 기대하고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기적을 기대하는 마음이었다. 이것을 우리는 믿음이라고 한다.


일단 서울대 병원과 세브란스에 예약을 진행했다. 

한국을 입국한다면 일주일 격리를 해야하니 그 후로 가장 빠른 스케줄로 예약을 했다.

열흘 후로 구강암 전문의를 예약할 수 있었다.


가장 좋은 경우의 수는 이렇다. (현재 시각 일요일)

월요일 아침 PCR 테스를 하고 그날에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럼 이메일로 받은 결과를 프린트 한다(종이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면 바로 한국행 비행기표를 끊고 화요일 새벽에 국내선을 탄다. 

디트로이트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다.

해외 입국자 격리 기간인 일주일 후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그날 조직검사를 받는다.




(다음에 계속...)


다음 이야기 https://lovelygloria.blogspot.com/2022/02/blog-post_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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