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2025 한국의 부모님 댁에 도착.
2022년에 아버지 수술 받으실 때 다녀갔으니 2년 하고 석달만이다.
영상 통화로 자주 뵈었지만 직접 뵙는 것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점점 연세가 드시는 부모님을 뵈면서 가능하면 일년에 한번씩은 다녀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천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는 더욱 바빠서 그랬다.
부모님을 반갑게 만났다.
그런데 장시간 비행에서 나는 많이 지쳤고 힘들었다.
CID에서 국내선을 타고 MSP 에서 한국행을 탑승했다.
MSP에서 ICN 까지 15시간 정도 예상을 했는데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도착 시간이 늦어진다는 기장의 안내가 있었다. 그래도 보통은 30분씩 일찍 도착하는 것을 알기에 예상도착 시간이 그다니 많이 늦어지지 않을거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제대로 제트기류를 만난것 같았다. 예상 도착시간보다 1시간 늦어졌다. 다이렉트 비행 시간만 18시간 가까이 되었던 것 같다. 한국행 비행기에서 13시간 정도가 지나면 뭘해도 시간이 잘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지막 2-3시간이 정말 힘들었다. 15시간이 지난 후 부터 이다.
소화가 안되는 것 같아서 기내식도 먹지 않았다. 그런데 여전히 멀미를 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마지막 아침 식사 시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눈을 감고 있었다. 음식을 보기도 싫었다. 그런데 냄새를 어쩌랴. 속으로 계속 기도를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 심호흡을 하면서 속을 진정시키면서 말이다. 와, 마지막 1시간은 정말 사투를 하는 느낌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미국 할머니와 대화를 하며 기분 전환을 시도했지만 그닥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어느 순간 비행기가 하강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저 멀리 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국이다.
이런거구나. 고국이 이런거구나.
마음 한켠이 아련해진다.
여튼 도착하자마자 최대한 빨리 비행기에서 나왔다.
내 양옆에 앉았던 미국 아저씨와 미국 할머니는 모두 태국으로 계속 비행을 한다고 한다.
그들에게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을 비는 인사를 남기고.
바쁜 시간에도 누나를 위해 공항 픽업을 온다는 남동생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했던지.
사양하지 않고 부탁하길 정말 잘했다. 정말.
잠시 망설이다가 소화제를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동생을 만나자마자 소화제부터 먹었다.
그리고 동생의 차를 타고 오면서부터 속이 조금씩 진정되는 것 같았다.
이민자들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한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용실.
그래서 여동생이 단골 미용실을 예약해주었고 다음날 오후에 미용실에 갔다.
언젠가부터 머리털이 곱슬로 바뀌어서 커트를 해도 머리가 예전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미국보다 훨씬 낫지. 내가 잘랐으니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날씨가 너무 춥게 느껴졌다.
잠시 올리브영에 들어갔는데 따뜻한 것도 잠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너무 떨려서 물건을 집을 수가 없었다.
당황한 나는 서둘러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걷는 동안 어찌나 몸이 떨리는지 정신이 없었다.
택시, 택시를 타야겠다.
한국은 택시를 불러야 탈 수 있는 시대이다보니 빈차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도.
그리고 잠시 걷는데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꼈지만 오한은 다스려지지 않았다.
하나님, 저 택시를 타야할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고개를 돌렸는데, 빈차. 싸인이 보였다.
얼른 택시를 세우고 올라탔다.
턱이 떨려서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입에 힘을 딱 주고 천천히 한글자씩 부모님댁 주소를 불렀다.
그리고는 기사님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최대한 몸을 의자에 기대고 두손을 꼭 붙잡았다.
아, 침대에 전기장판을 켜달라고 부탁해야지.
카톡을 보내려는데 손이 떨려서 문자를 찍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노안이다.
심호흡을 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겨우겨우 엄마에게 '장판 켜주세요'를 전송했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옷을 입은채로 이불을 뒤집어 썼다.
온몸이 요동을 치니 부모님이 놀라셨다.
당신 몸도 가누기 어려우신 아빠가 오셔서 주무르시는 것을 알았다.
엄마는 이불을 여러겹으로 덮어주셨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동안 떨었다.
다음날 엄마의 표현에 의하면 이불 전체까 펄럭거렸다고 하셨다.
감기가 오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가지 아침부터 오른쪽 배가 아프기 시작했던 것이 이상했다.
다음날 아침(금요일) 일찍 동네 내과를 찾아갔다.
그런데 문을 열지 않음.
오픈시간 9시!
노안 때문에 핸드폰 지도앱에서 오픈시간을 8시로 봤다.
결국 집에 왔다가 다시 9시에 갔다.
의사가 눌러보고 진료를 하더니 맹장이 의심된다며 ct 찍어주는 병원으로 가라고 한다.
맹장은 아닌 것 같은데...
일주전부터 사실 화장실 가는 것이 좀 불편했던 것이 생각났다.
혹시 신장염은 아닐까요?
그것도 ct가 아니면 확실히 알 수 없다고 한다.
의뢰서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부터 3.1절 연휴니 바로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2차 병원을 찾아갔다.
외과의사를 봤더니 맹장 가능성을 가장 높이 두고 검사를 잡는다.
수술과 입원할 준비도 하라고 한다. ct, 심전도, 혈액검사... 등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무슨 소린가 싶다.
주여, 이건 아닌데요.
이것 때문에 한국에 온 건 아니잖아요.
부모님께 잠시라도 도움이 되고 쉼이 되고 싶었는데요.
이거 아니고 다른 병원도 갈데가 많잖아요.
하나님, 아시잖아요.
이건 너무 큰 변동인데요.
기도는 간절했다.
그리고 결국은 주님, 알아서 하세요.
여기까지 인가요?
아닌데, 그럴리가 없는데.
나에게 주신 약속이, 확신이...
그리고 또 주님을 붙잡는다.
모든 검사 후 다시 외과의사를 봤다.
요로, 방광, 신장에 염증이 있으니 신장내과로 가십시오.
엥? 헐?
그리고 감사.
일단 맹장 수술은 아니다.
한숨 돌리며 감사.
그렇지. 하나님, 그렇게는 아니지요?
신장내과 의사가 뭔 일이 있는지 간호사가 뭐라뭐라하니 내과로 보낸다.
내과 의사를 본다.
지금 염증이 많네요. 아직 혈액검사결과가 다 도착하지 않았지만 백혈구 수치가 높고... 뭐라뭐라.
그러더니 입원치료하라고 한다. 병명은 신우신염.
그때 그게 병명인지도 몰랐다.
그게 그냥 신장염인줄...
입원은 무슨... 오후에 구강외과 예약이있는데.
병원 스케줄이 있어서 안된다고 집에 가야한다고 했다.
옆에 계신 엄마도 입원은 아닌데. 하신다.
의사가 연휴라 집에 갔다가 안좋아지면 응급실로 와야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다.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혹시라도 아프면 타이레놀도 먹으란다.
그래도 열이 나면 - 오한이 심했던 이유 - 응급실로 바로 오란다.
패혈증 경고.
일단 염증과 패혈증 확인을 위해? 혈액배양을 해야하니 혈액체취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소변검사도 다시.
어쨌든 결제하고 집으로 가란다.
85만원.
엄마는 옆에서 놀라셨지만 미국 병원비에 비하면... 그래서 결제.
갑자기 생긴 병원 검사로 미국에서부터 예약해두었던 구강외과가 취소될 뻔했다.
감사하게도 모든 스케줄이 다 끝나고 나니 구강외과 스케줄이 맞는다.
바로 세브란스로.
엄마도 점심도 못드시고 앉아계신다.
약국에서 받은 야쿠르트 하나를 까드렸다.
나는 먹으면 안된다.
구강검사니까.
둘이 조용히 앉아서 호명을 기다린다.
기도가 절로 나오는 시간들을 보낸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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